러시아-우크라이나 상황으로 인해 새로이 물가 상승이 시작되었고, 이미 고인플레이션을 겪던 미국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월대비 7.9%로 나타나며 시장 예측범위 안에 들었습니다. 다만 6.4% 급등한 가솔린 가격이 월간 CPI 지수의 과반수를 차지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지난달에 미국 노동부는 올해 1월 CPI 지수가 2021년에 비해 7.5% 상승했으며, 이는 1982년 2월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수치는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치인 7.2%~7.3%를 넘어서버린 만큼 시장참여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덧 2월 신규 CPI 데이터가 발표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기존의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러시아 또한 점차 대응조치를 취해감에 따라, 추후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을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실정입니다.
미국 물가, 정점을 찍을 준비를 마쳤을 수도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집중과제는 그간의 팬데믹으로 인해 상승한 현지 소비자 수요, 그리고 공급체인 붕괴로 인해 초래된 높은 현지 인플레이션율을 꺾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시장에서의 재화 및 용역의 가격은 대부분이 상승했으며, 이는 근 40년간 가장 높은 CPI 지수 상승으로 인해 미국시장이 고심에 빠지게 된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가 급등과 공급체인 붕괴에 불을 붙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발발 이후 도입된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석유·식료품과 같은 핵심 소비재 가격이 지속 상승함에 따라 이번달 혹은 다음달에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8~9% 정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편 연준위가 2022년에 금리인상 횟수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의 관심이 연준위의 금리 조기인상에 대한 우려로 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인트 루이스 연준위의 제임스 불라드 의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준위가 가능한 조속히 금리를 50bp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연준위가 실제로 금리를 50bp 인상한다면, 이는 2000년도 이래로 최초로 통화정책 회의 이후 금리를 50bp 인상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다만 불라드 의장은 금리 50bp를 3월에 인상하는 것은 아직 승인이 난 사안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치솟는 크루드오일 가격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크루드오일 및 농산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금지령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영국은 올해가 지나기 전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대러시아 제재는 크루드오일 가격 핵심선인 $100달러를 단숨에 돌파하게 만들었습니다. 러-우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크루드오일 선물은 30%가 넘게 상승했고, 3월 10일 기준으로 뉴욕 WTI유는 배럴당 $106.02 달러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109.33 달러에 거래되었습니다. 미국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전략적 원유 비축분 5천만 배럴을 풀겠다고 발표했으며, 현지 원유 및 천연가스 자원 개발 속도를 가속화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대응으로 청정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블룸버그)
비록 유가가 날카롭게 상승하긴 했지만, 현지 소비자 수요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유가 상승이 미국경제 회복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JP모간의 피터 맥크로리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이 미국 GDP 성장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모간스탠리는 올해 중으로 미국 GDP 성장률이 현재 추세보다는 윗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가뿐 아니라 식료품 가격 또한 시장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미국 농무부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수출량의 1/4 이상, 옥수수 수출량의 20% 내외, 해바라기씨유 수출량의 80% 가량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러-우 분쟁은 밀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습니다. 시카고거래소(CBOT)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밀 선물 상품은 6거래일 연속으로 급등했고, 한때는 부셀당 $13.635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미국밀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밀 선물 가격은 2월 이래로 지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미국밀협회, 3월 4일)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두고 있는 만큼, 미국은 어느덧 목표치에서 상당 기간 벗어난 상태이며 시장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상황이 추후 유가를 $150달러 위로 돌파시킨다고 가정해봅시다. 이같은 상황 발생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추가로 상승할 것이며, CPI 지수는 8% 위로 올라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일부 시장참여자들은 유가가 올해 중으로 배럴당 $18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3월부로 일부 트레이더들은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로 급등하는 데 베팅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2월에 추가 폭등을 한다면, 추후 연준위는 인플레이션율을 꺾기 위한 노력을 추가로 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긴축 통화정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금리인상 빈도 또한 증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준위가 긴축 통화정책을 적용하는 와중에 인플레이션율이 지속 상승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소비자 수요가 꺾일지에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미국경제가 불황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경제회복 속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경제와 연준위는 서로 상당한 딜레마 속에 빠진 상황입니다.